1.오랜 시간의 숨결, 단오제의 유래를 따라 걷다
강릉단오제를 겪어 보면, 마치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강릉 단오축제는 지역 행사를 넘어서, 수천 년을 이어온 민족의 정신을 담은 ‘의식’이다. 농경사회였던 우리 조상들은 음력 5월 5일, 가장 햇살이 뜨겁고 기운이 왕성한 시기에 하늘과 산의 신에게 제를 올리며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했다. 강릉에서는 이 신성한 제의가 대관령 산신에게 바쳐졌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쉰다. 단순히 제례로서의 의미를 넘어, 신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교감하는 시간이 바로 단오제인 것이다.
2.자연과 인간의 조화, 단오제의 핵심 의식
아침 햇살이 대관령을 부드럽게 감싸는 날, 신을 맞이하는 ‘단오굿’이 시작된다. 이 굿은 정성스레 마련된 제물과 장인의 영혼이 담긴 노래와 춤, 그리고 공동체의 기원이 어우러지는 신성한 의식이다. 사람들은 엄숙한 마음으로 굿에 참여하며, 일상의 걱정과 번민을 내려놓는다. 한 줄 한 줄 이어지는 무당의 소리는 마치 조상의 목소리처럼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준다. 그렇게 단오굿은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으며, 하늘에 평안을 기원하는 무대가 된다.
3.살아있는 전통예술, 관노가면극의 매혹

단오제의 열기 속에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 찬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관노가면극의 막이 오를 때다. 고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조선의 하층민들이 상류 계층을 풍자하며 한바탕 웃음과 해방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관노가면극은 탈을 쓰고, 목소리를 바꾸고,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풍자와 해학이 담긴 그 연기는 누구에게나 통쾌한 웃음을 안겨준다. 현실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탈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순간, 단오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의 장이 된다.
4.손끝에 닿는 풍경, 체험과 놀이의 향연

단오제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직접 체험해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창포물로 머리 감기, 한지 부채 만들기, 향토 음식 맛보기 등의 체험이 이어진다. 특히 창포물로 머리를 감는 의식은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에서 시작된 우리 조상들의 생활 문화로, 머리를 맑게 하고 부정을 씻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웃고, 어른들이 회상하며,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순간은 그 어떤 예술보다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5.강릉의 맛과 정이 깃든 먹거리의 향연


축제의 길목을 걷다 보면 풍성한 음식 냄새가 발길을 붙잡는다. 강릉의 대표 먹거리인 초당두부와 단오부꾸미, 메밀전병은 단오제의 또 다른 별미이다. 푸근한 할머니 손맛이 담긴 부꾸미는 고소한 깨와 팥소가 어우러져 입 안에서 포근하게 퍼지고, 막걸리 한 잔과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이 된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모습에는 오랜 시간 쌓여온 이웃 간의 정이 녹아 있다. 맛있는 음식은 단지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채워주는 또 다른 나눔의 방식이다.
6.웃음과 열정이 넘치는 민속놀이 한마당

단오제의 또 다른 백미는 민속놀이 한마당이다. 스포츠: 씨름, 줄다리기, 그네뛰기 등 오랜 전통을 지닌 놀이들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 함께 세대를 잇는다. 어린아이들이 천진하게 그네를 타고, 어르신들이 손뼉을 치며 응원하는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놀이 속에는 경쟁보다 함께 웃고 즐기는 문화가 녹아 있다. 한바탕 웃으며 흘리는 땀방울은 곧 마을의 결속력이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한 시간이 된다.
7.단오와 함께 걷는 시간, 교육과 계승의 의미
단오제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중요한 교육의 장이다. 요즘 시대의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끼며 배우는 이 공간은 교과서보다 강력한 교육 효과를 발휘한다. 단오 장터에서는 전통 장신구 만들기, 농경 체험, 민화 그리기 등의 교육 부스가 운영되며, 가족 단위로 참여한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흐른다. 이 모든 순간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는 씨앗이 된다.
8.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접목
단오제는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과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입힌 다양한 프로그램은 이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SNS 콘텐츠 공모전, AR 체험, 온라인 라이브 공연 등이 더해지며 단오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의 무게를 간직하되 시대와 함께 숨 쉬는 유연함, 그것이 오늘날 강릉단오제가 사랑받는 이유다.
9.지역과 세계를 잇는 문화의 다리
강릉단오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이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강릉을 찾는다. 서로 다른 언어, 문화,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단오제를 통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웃음을 나눈다. 문화는 공유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단오제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축제는 이제 하나의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10삶의 중심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화합의 시간
마지막으로, 단오제는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이웃과 웃고, 가족과 손을 잡고, 낯선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이 축제 속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 강릉단오제는 단순히 보러 가는 축제가 아니라, 함께 만들고 느끼는 공동체의 이야기다. 오랜 역사를 품은 전통과 지금 우리의 삶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문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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